디자인 카피에 전면전 선언… 거대 플랫폼 경쟁 이용 우려도 한국패션브랜드협회 설립 배경과 의미
2023.02.24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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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가 디자인 카피와 도용에 대해 적극 대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만연하고 있는 디자인 카피와 도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패션클러스터인 동대문에서는 가짜상품(일명 짝퉁) 방지를 위해 ‘메이드 인 동대문’ 제품에 정품인증 라벨을 부착하는 등 제도권 브랜드와 도매시장에서 지식재산권(IP)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무신사, 디스이즈네버댓 등 50여개 기업 참여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제조사, 유통사 등 50여개 기업은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무신사 캠퍼스 N1에서 한국브랜드패션협회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브랜드패션협회 설립을 위한 발기인에는 김훈도 GBGH 대표, 오경석 팬코 대표, 윤형석 비케이브 대표, 정영훈 K2코리아 대표, 이주영 SJ그룹 대표, 조만호 무신사 의장 등 6인이 동참했으며, 초대회장에는 데상트코리아 대표 출신의 김훈도 GBGH 대표가 선임됐다.

정회원으로 디스이즈네버댓, 마르디 메크르디, 무신사, 밀레, 에프엔에프(F&F), 인사일런스, 예일, 팔칠엠엠(87MM), 프리즘웍스 등의 주요 패션 브랜드들이 가입을 마쳤으며, 디자인 카피나 모조품 등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 특허법인 해움과 인공지능(AI) 기반의 위조상품 모니터링 서비스를 개발한 마크비전코리아도 회원사로 참여한다.

브랜드패션협회는 앞으로 디자인 카피·도용 등의 문제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피해 예방을 위해 중소·신진 패션 브랜드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계획이다.

브랜드패션협회 발기인 대표를 맡고 초대 회장으로 선임된 김훈도 회장은 “국내 패션 시장의 성장에 일조하고 있는 중견·중소 브랜드 패션기업들과 신생 기업들의 총의를 모으고 이들의 역량을 제고할 대표단체는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브랜드패션협회는 국내 브랜드패션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경영환경을 개선해 패션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브랜드 위조 상품의 생산과 유통을 예방하는 데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브랜드패션협회는 브랜드 패션 위조품 유통방지 협의회를 구성하고 △위조품 온라인 모니터링 △지식재산권 보호 및 권리 신장을 위한 법률 지원 △패션산업 성장을 위한 정책 전문가 네트워크 등의 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첫 사업 공익 캠페인 ‘페이크 네버’ 전개

브랜드패션협회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패션업계에 만연된 ‘디자인 카피·도용’ 문제를 바로잡아 브랜드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공익 캠페인 전개다.

무신사와 브랜드패션협회는 지난 16일부터 국내 패션 브랜드 디자인 지식재산권 보호 및 가품 근절을 목표로 ‘페이크 네버(FAKE NEVER)’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무신사와 함께 성장하며 국내 패션업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중에서 디스이즈네버댓, 리(LEE), 마르디 메크르디, 엠엠엘지(Mmlg), 커버낫 등이 캠페인에 동참한다.

무신사는 이번 캠페인의 목적이 국내 패션 시장에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디자인 카피, 모조품 유통 등의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상표권, 디자인 등 타인의 권리를 훔친 상품을 생산·유통·판매하는 행위의 심각성을 널리 알려 소비자 인식 개선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국내외 패션 브랜드들의 지식재산권 침해 실제 사례를 공유하는 ‘페이크 허브(Fake Hub)’ 웹페이지도 운영한다. 페이크 허브에는 패션 브랜드와 소비자들이 각각 디자인 카피 및 가품 피해 사례를 신고할 수 있는 제보센터도 갖춰진다. 아울러 일반 소비자들도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캠페인 공식 블로그와 SNS 등을 통해서도 캠페인 목적과 진행 상황을 알릴 예정이다.

온라인 판매 가품 범람 피해 예방 주력

중소·신진 패션 브랜드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브랜드패션협회는 디자인 카피·도용 등의 문제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피해 예방을 설립됐다고 밝히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온라인에서 판매된 가품은 41만4718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유통된 전체 가품 가운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팔린 비율이 44%였고, 쿠팡, 위메프, 인터파크가 그 뒤를 이었다.

일례로 디자이너 박화목·이수현 부부가 2018년 출시해 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마르디 메크르디는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는 꽃잎 디자인을 무단으로 베끼고 이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올려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무분별하게 오픈마켓을 통해 가품이 팔려나가고 있지만 네이버는 법적 책임이 없어 제재에 소극적이고, 중소 브랜드의 경우 회사 규모가 크지 않고 경험이 없다 보니 관련법에 의거한 지적재산권 권리 보호에 나설 여유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현재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업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를 나누는데, 거래에 대한 책임은 통신판매업자에게만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패션업계는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통신중개판매업자에게도 가품 판매에 대한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신사-네이버 간 플랫폼 경쟁 들러리 될 수도

브랜드패션협회 출범과 활동에 대해 패션업계는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온라인 패션 플랫폼 시장을 놓고 네이버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무신사가 전면에 나서고 있어 순수성을 의심하고 있다.

무신사와 네이버 크림은 지난해 ‘피어오브갓’ 티셔츠의 정품 여부를 놓고 본사에 검증을 의뢰한 결과 네이버가 판정승을 거둔 바 있다. 여기에 네이버가 지난해 말 패션 전문 버티컬 플랫폼 패션타운을 개설, 패션 사업을 강화하면서 무신사와 전면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무신사와 브랜드패션협회가 국내 패션 브랜드 디자인 지식재산권 보호 및 가품 근절을 목표로 펼치고 있는 ‘페이크 네버(FAKE NEVER)’ 캠페인은 누가 봐도 네이버를 겨냥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최근에는 브랜드패션협회 회원사인 휠라와 퓨마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브랜드관에서 철수하기로 하는 등 양사의 자존심을 건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 카피와 도용은 네이버뿐만 아니라 무신사 등 다른 온라인 플랫폼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에서도 급속히 퍼지고 있는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 브랜드패션협회를 비롯해 다른 기관들도 적극 나서 중소·신진 브랜드를 보호하고 패션산업 발전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문에서는 정품 인증 앱 개발 보급

한편, 국내 최대 패션클러스터 동대문에서는 가품 단속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품임을 확인할 수 있는 앱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가 최근 블록체인 기반으로 설계된 QR코드와 NFT(대체불가토큰)를 이용해 K패션(made in korea) 정품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선보인 것. 이 시스템은 QR코드 방식의 인증라벨을 부착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전용 앱을 이용해 디지털 자산(NFT)으로 인증을 받는 방식이다.

관광특구협의회는 지난해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품인증 라벨 시범사업 추진 기관으로 선정돼 약 6개월간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과기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주관하고 있는 이 사업은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위한 ‘블록체인 공공분야 시범·확산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관광특구협의회 염선호 팀장은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K-패션 제품의 글로벌 온오프라인 판매 확대와 소비자 및 패션산업 보호를 위해 정품인증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소비자들은 정품인증 앱을 다운받아 개별 의류에 부착된 QR코드를 통해 진품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광특구협의회는 2021년부터 원산지 위·변조 근절을 위한 정품인증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은 원산지 위·변조, 일명 라벨갈이를 차단하고 동대문 제품의 브랜딩을 통해 국내외 판로 확대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박우혁 기자

<코멘트>

가품 단속 넘어 디자인보호 기준 설정 등 뒤따라야


이재길 엘티씨앤엠 대표

(전 의류산업협회 지재권보호센터 본부장)

국내 섬유패션제품 관련 온오프라인 시장 내 가품 유통과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IP) 분쟁의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었다. 명품과 고가제품에 대한 소유욕에 사로잡힌 허영심과 가품 수요가 맞물리면서 우리 패션 시장은 절묘한 가품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조화 속에서 그 흐름과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명품브랜드이든 일반브랜드이든 브랜드가 제품의 부가가치의 척도를 의미하고, 특히나 최근에는 디자인과 독창성이 또 다른 식별 요소와 구매를 촉발하는 인자로 작용하면서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가품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불거진 한국 내의 가품 유통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 허와 실은 지재권보호 관련 많은 정부, 관련 단체, 그리고 심지어 단속 대행의 사설업체까지 시장에 본격 뛰어들게 하였고 나름의 방식으로 단속과 조치를 위한 노력을 해왔으며, 근래에 들어 온오프라인 형태를 달리할 뿐 그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에 돌입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패션 제품의 유통구조 재편이 다시 온라인 공간 속의 가품 유통에 대한 큰 반향과 IP 분쟁 문제를 야기하고 있고, 급기야 최근 들어 네이버와 같은 대형 유통플랫폼이 새롭게 만들어져 무신사와 같은 기존 패션 전문 플랫폼과 자웅을 겨루는 형국이 되면서 조금은 가품을 둘러싼 플랫폼 경쟁으로 비쳐지기도 하는 사이트 경쟁으로 흘러가는 양상과 모양도 보인다.

그간 부족하였지만 실질적인 지재권 관련 단속과 보호의 파수꾼 역할을 해오던 관련 단체들과 기관의 노력이 시장에서 체감하는 기업들에게 그리 실효성 있게 다가지 못한 측면이 있었고, 그에 따라 궁여지책으로 온라인상 신뢰감 회복과 유통에 대한 공신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궁여지책으로 사안이 급한 패션기업들이 이번 ‘한국브랜드패션협회’라는 새로운 IP 전용 단체를 구성하게 된 것은 업계의 IP 업무와 보호 업무를 오랜 기간 수행오던 사람으로서 씁쓸함과 아쉬움을 더해준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한국브랜드패션협회에는 향후 유통 시장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상표권, 디자인권, 저작권, 형태침해 등 소위 우리 시장의 패션 제품 관련 IP 분쟁에 대한 사례와 법리적 검토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고찰해 적절한 대처와 대응법을 찾아가는 과제가 남는다. 무단으로 짝퉁을 불법으로 만들어 유통하고 침해하는 것쯤이야 적발과 대응이 용이하겠으나, 디자인의 동일성과 보호 범위를 넘나들고 업계 간 저작권에 대한 저작물성과 보호 범위를 실무적으로 확정하기 힘든 내용과 현상을 고려하면 보다 현명하고 실질적인 대책과 활동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번 한국브랜드패션협회의 발족과 이에 참여하는 패션브랜드 기업들은 다분히 기존 방식의 가품 단속과 법적 조치를 목적으로 명맥을 이어가며 조치 활동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시장의 특성과 온오프라인상 변화된 침해와 분쟁 사례, 앞으로 순기능으로 작용하여야할 다양한 패션 제품의 디자인보호 기준 등의 설정과 전파 노력도 감히 당부하고 기대해 본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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