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수380

패션업체가 본격적인 엔데믹 시대를 맞았지만 올 1분기 고물가와 고금리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실적 부진에는 지난해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과 아웃도어, 골프웨어 및 신 명품 수요 증가로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데 따른 역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업체는 여전히 고성장을 기록하는 등 희비도 엇갈렸다. 경영 위기를 맞아 뒤늦게 디지털 전환에 나선 업체들은 영업이익이 개선되며 부활을 예고하기도 했다. 섬유업체도 글로벌 수요 감소로 영업실적이 부진했다. 화섬업체의 경우 중국의 리오프닝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등 실적 반등 조짐을 보였다.
59개사 매출 6.7%, 營益 27% 감소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거래소와 코스닥에 상장된 59개 패션섬유 업체들의 올 1분기 영업실적을 조사한 결과 매출이 증가한 업체는 전체의 절반 정도인 31개에 불과했다. 또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흑자전환한 업체는 25개에 그쳐 원자재 가격 인상과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올 1분기 59개 업체의 총 매출은 10조 2,22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905억 원으로 27%나 줄었다.
휠라홀딩스는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 1,08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604억 원으로 5.0% 감소했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골프 관련 자회사인 미국의 아쿠쉬네트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견고한 입지를 보이며 19.9% 증가한 8,75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규 출시한 골프공, 클럽 및 기어 제품이 큰 인기를 얻으며 실적 성장을 이끌었으며, 공급망 안정화에 따른 물류비용 감소 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휠라 부문은 매출액 2,3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했다.
영원무역은 매출액은 8,406억 원, 영업이익은 1,672억 원으로 각각 9.7%, 14.6% 증가,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글로벌 경기 불황에도 호실적을 이어갔다. 이는 자회사인 스위스 프리미엄 자전거 업체 스캇의 지속적인 성장과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등 주요 고객사의 매출 호조로 의류 OEM 부문 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같은 의류 OEM 업체인 한세실업은 매출액은 4,108억 원, 영업이익은 359억 원으로 각각 29.3%, 26.7% 감소했다. 고금리 영향으로 전반적인 미국 소비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의류 업체들의 과잉 재고로 신규 오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세실업은 ‘갭’, ‘H&M’, ‘아메리칸이글’ 등 글로벌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타겟의 자체상표(PB) 상품도 생산, 수출하고 있다.
신원도 같은 기간 매출액이 27.6% 감소한 1,959억 원, 영업이익이 27.2% 줄어든 85억 원에 그치는 등 의류 OEM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 했다.
삼성물산 패션·F&F 실적 돋보여

내수 기반의 패션업체 중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F&F의 실적이 돋보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 1분기 매출액은 5,260억 원, 영업이익은 5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0%, 35.7% 증가했다. 지난해 창립 이래 처음으로 매출액 2조원을 넘으며 ‘2조 클럽’에 입성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 1분기에도 상품력 개선, 판매 구조 효율화 등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F&F는 매출액은 4,974억 원, 영업이익은 1,488억 원으로 각각 13.8%, 10.6%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신장세가 주춤했지만 ‘MLB’가 중국의 리오프닝 영향으로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반면 L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고물가와 고금리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전년에 비해 부진한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LF는 매출액은 4,414억 원, 영업이익은 118억 원으로 각각 2.1%, 75.3% 감소했다. 패션과 F&B 사업 매출은 성장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코람코신탁의 사업 실적이 부진했다. 한섬은 매출액은 3.7% 증가한 4,059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543억 원으로 8.2% 감소했다. 여성캐릭터와 수입 명품 카테고리가 매출 성장을 이끈 반면 신규 브랜드 론칭과 확장에 따른 투자비용이 발생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매출액은 3122억 원, 영업이익은 103억 원으로 각각 11.4%, 69% 감소했다. 지난해 국내패션사업부의 소싱사업 정리와 해외패션사업부의 일부 브랜드 계약 종료, 추가 인센티브 지급으로 인한 일회성 인건비 증가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일시적 요인을 제외하면 5대 여성복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는 ‘보브’, ‘지컷’, ‘스튜디오톰보이’, ‘델라라나’, ‘일라일’은 11.2% 매출이 증가했다.
코오롱FnC는 매출액은 4.9% 증가한 2,792억 원, 영업이익은 63.3% 감소한 56억 원을 기록했다. 봄철 야외 활동을 겨냥해 세분화한 아웃도어 전략 상품, 남성복, 여성복, 액세서리 등이 고른 성장세를 보여 매출이 증가했으나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신규 론칭 브랜드가 잇따르면서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이밖에 더네이쳐홀딩스는 매출액은 1,307억 원으로 41.7%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38억 원으로 7.1% 감소했다. 매출 신장에는 엔데믹 이후 ‘내셔널지오그래픽’ 캐리어와 키즈 제품의 빠른 수요 회복, 홍콩 판매 호조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영업이익 감소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마크 곤잘레스’ 등 신규 브랜드 론칭을 위한 일회성 비용과 광고선전비, 인력 충원과 급여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 요인이 컸다.
화섬업계 반등… 면방은 고전
섬유업계는 화섬과 면방업체가 동반 부진에 빠졌다. 특히, 지난해 면사 가격 인상과 저가의 원면 사용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던 면방업체는 올해 반대 현상을 보이면서 대부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화섬업체는 지난해 중국의 코로나 봉쇄 영향으로 타격이 컸으나 올해는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주력 제품 수요가 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티앤씨는 올 1분기 매출액은 1조 8611억 원, 영업이익은 6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3.5%, 20.5%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8%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실적 향상의 원동력은 역시 스판덱스다. 중국 수요 확대로 판매량이 늘고, 수익성은 더 좋아졌다. 섬유 부문 영업이익은 450억 원으로 전기 대비 1000억 원 가량 늘었다.
휴비스는 매출액은 19% 감소한 2,281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222억 원으로 75.7% 악화됐다.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36.4%씩 개선되어 작년 4분기 바닥을 찍고 실적이 반등하는 모양새다.
지난해에는 공급망 불안 및 인플레이션, 글로벌 수요 침체 등 복합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이 악화됐으나 올해 들어 유가 및 에너지가 안정되고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면서 유럽과 미주 등 선진국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되고 있고, 중국의 코로나 봉쇄조치 해제로 인한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디아이동일, 일신방직, 경방, 전방 등 면방업체는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일부 업체의 경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원료인 원면 가격이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면사 가격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저작권자 ⓒ K패션뉴스(www.kfashion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