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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패션 플랫폼 시장의 패권 경쟁이 시작됐다. 유통 대기업과 리딩 패션 플랫폼 간 인수합병(M&A)을 통한 합종연횡이 일단락되면서 패션 플랫폼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 머물렀던 패션 플랫폼이 대기업의 자금과 인프라를 등에 업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신사, 스타일쉐어·29CM 3천억에 인수
무신사는 지난 17일 국내 브랜드와 함께 글로벌 패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사업 전략으로 스타일쉐어·29CM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인수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무신사가 스타일쉐어·29CM의 지분을 100% 인수하는 형태로, 인수 금액은 3000억 원이다.
그동안 국내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초석을 다져온 무신사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다양한 고객층을 아우르는 브랜드 발굴 노하우와 글로벌 플랫폼 구축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스타일쉐어와 29CM는 무신사의 브랜드 투자 및 성장 지원 인프라를 활용해 현재 강점을 가지고 있는 여성 패션과 고감도 라이프스타일 시장에서 더 큰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양사는 커뮤니티와 콘텐츠를 기반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온라인 패션 시장을 개척해온 공통된 성장 DNA와 빠른 성장의 토대가 된 차별화된 서비스 운영 능력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한다는 포부다. 인수 이후에도 무신사, 스타일쉐어, 29CM는 플랫폼별 고유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한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는 “국내 브랜드 패션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고객에게 더욱 다양한 패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해외 시장 진출은 필수”라며 “앞으로 무신사, 스타일쉐어, 29CM 입점 브랜드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K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패션 유통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SG닷컴, W컨셉 인수 마무리
무신사의 스타일쉐어·29CM 인수는 SSG닷컴의 W컨셉 인수, 카카오의 지그재그 인수에 이은 올 들어 세 번째 패션 플랫폼 시장의 대형 M&A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지난 11일 딜 클로징(Deal Closing)을 열고 W컨셉 지분 100% 매매대금 지급을 완료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1일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아이에스이커머스가 각각 보유한 W컨셉의 지분 전량을 양수하는 주식매매 본계약(SPA)을 체결했으며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했다.
SSG닷컴은 W컨셉을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기존 인력 전원을 고용 승계하기로 했다. 고유의 경쟁력은 유지하고 SSG닷컴 역량이 필요한 영역은 지원하며 필요한 부분은 함께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이와 함께 W컨셉이 기존에 보유한 핵심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플랫폼을 합치지 않고 각각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럭셔리, 프리미엄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SSG닷컴에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다수 확보한 W컨셉이 더해져 MZ세대의 유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희석 SSG닷컴 대표는 “W컨셉은 여성 패션 편집숍 부문에서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으로 쓱닷컴과 만나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새로운 가족이 된 W컨셉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기술 기반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합병한다고 지난달 14일 밝혔다. 오는 7월 1일 출범하는 합병법인은 카카오 자회사로 편입되며, 대표는 크로키닷컴의 서정훈 대표가 맡게 된다.합병 법인은 지그재그가 패션 분야에서 보유한 빅데이터와 카카오의 기술력 및 사업 역량 등을 결합해 경쟁력 있는 사업 기반을 갖추고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해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 대표 패션플랫폼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패션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전략이다.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CIO)은 “카카오가 보유한 글로벌 콘텐츠 및 팬덤의 영향력과 시너지를 통해 향후 물류 접근성이 용이한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정훈 합병법인 대표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전 세대에 제공하기 위한 밸류 체인을 구축한 만큼 앞으로 공격적인 신사업을 전개해 시장 내 강력한 경쟁 우위에 서겠다”고 밝혔다.
시너지 효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관건
불과 한 두 달 사이에 3건의 대형 M&A를 통해 패션 플랫폼 시장이 재편되면서 업계는 향후 이들 업체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인수 대상 플랫폼이 MZ세대에 특화된 여성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여성 패션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가 브랜디에 100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신상마켓 등 동대문 도매 플랫폼과 명품 플랫폼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는 등 지분 투자를 통해 플랫폼 전쟁에 뛰어든 상태여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들 패션 플랫폼의 지난해 거래액은 무신사 1조 2000억원을 비롯해 지그재그 8500억원, W컨셉 3000억원, 브랜디 3000억원 등 2조 65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산업에서 불과 한 두 달 사이에 대형 인수합병이 3건이나 이루어진 것은 보기 드문 일로 그만큼 패션 플랫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기 때문”이라며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간 시너지 효과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향후 M&A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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