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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패션섬유 업체의 영업실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체는 어닝서프라이즈 실적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영향권에서도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심리 회복과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저 효과, 명품과 골프 및 아웃도어 시장 호황, 수출 호조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3, 4단계로 격상, 하반기 실적은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휠라홀딩스·영원무역 매출 큰 폭 증가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거래소와 코스닥에 상장된 12월 결산 법인 57개 패션섬유 업체들의 올 상반기 영업실적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부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업체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곳은 휠라코리아의 지주회사인 휠라홀딩스다. 휠라홀딩스는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9%, 204.3% 증가한 2조76억원과 3574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에 매출이 25%, 영업이익이 173%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2분기 실적이 더욱 좋았다. 이는 자회사인 아쿠쉬네트 영향이 컸다. 세계 최대 골프용품 회사인 아쿠쉬네트는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등을 전개하며 올 상반기 1조 3474억원의 매출을 기록, 휠라홀딩스 전체 매출의 67%를 차지했다.
대형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도 글로벌 패션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영원무역은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9%, 68.3% 증가한 1조 2458억원과 178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2분기에는 매출이 24.2%, 영업이익이 102.8% 증가해 1분기 실적을 웃돌았다. 이는 지분을 절반 넘게 보유한 스위스 프리미엄 자전거업체 스캇의 자전거 수요가 폭발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의류 OEM 사업의 선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세실업도 6.4% 증가한 7869억원의 매출과 419.3% 증가한 7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순이익이 519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무려 1825.8% 증가한 308억원을 기록, 어닝서프라이즈를 보였다. 지난해 2분기 코로나19 초기 상황으로 부진했던 실적 기저효과와 함께 주요 바이어와 주력 제품 위주로 본 공장 라인을 가동했기 때문이다.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은 가장 가장 돋보인 실적을 기록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 ‘버버리’, ‘마이클코어스’ 등의 핸드백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명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올 상반기 매출이 418.3% 증가한 4293억원, 영업이익이 931.5% 증가한 214억원을 기록했다.
대기업 계열 패션업체 흑자전환 성공
내수 기반의 대기업 계열의 패션업체들도 실적 반등에 성공,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매출이 19.1% 증가한 9269억원, 영업이익이 64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이 16% 감소하고 영업손실이 300억원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것이다. 특히,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2400% 증가한 430억원에 달했다. 이는 ‘아미’, ‘메종키츠네’, ‘톰 브라운’ 등 신명품 브랜드의 호조와 온라인 상품 판매 증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비상 경영에 돌입, 브랜드의 과감한 정리와 온라인 채널 강화에 주력해 왔다.
LF는 매출이 8.7% 증가한 8636억원, 영업이익이 68.7% 증가한 785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이 10.2% 증가한 4653억원, 영업이익이 51.9% 증가한 511억원을 기록, 1분기에 비해 실적이 좋았다. 이는 ‘닥스골프’, ‘헤지스골프’ 등 골프웨어의 선전과 함께 지난 2018년 인수한 부동산 신탁회사 코람코자산신탁의 실적이 개선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매출이 6826억원, 영업이익이 478억원으로 각각 11.8%, 407.7% 증가했다. 해외패션 · 코스메틱 부문의 견고한 실적과 국내 패션의 수요 증가로 2분기에는 매출이 18.6% 증가한 3,407억원, 영업이익이 265억원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코스메틱(44.6%), 해외패션(15.9%) 부문이 명품 브랜드와 고급 니치 향수 등에 대한 수요 확대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매출을 견인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한섬도 소비 심리 회복과 온라인 채널 성장에 힘입어 올 상반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매출은 18% 증가한 6460억원, 영업이익은 58% 증가한 687억원을 기록했다. 더한섬닷컴과 H패션, EQL 등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매출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타임’, ‘마인’, ‘랑방컬렉션’ 등이 선전한 것이 주효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도 12.2% 증가한 4534억원 매출과 155억원의 매출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매출이 15.2% 줄고, 7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었다.
이밖에 에프앤에프, 크리스에프앤씨, 더네이쳐홀딩스, 에스제이그룹,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등 골프웨어와 아웃도어, 스트리트 캐주얼, 애슬레저웨어 등에서 특화된 업체들이 20~30%대의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선전했다.
화섬업체 스팍덱스 특수로 호실적
화섬, 면방 등 섬유업체도 올 상반기 대부분 호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화섬업체는 스판덱스 특수로 어닝서프라이를 보였다. 효성티앤씨는 매출 3조 7602억원과 영업이익 63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비 각각 57.1%, 801.7% 증가한 것이다. 순이익은 무려 70배를 넘었다. 실적 개선은 스판덱스 수요 증가 영향이 컸다. 기능성 운동복에 주로 사용되는 스판덱스는 젊은 층 사이에서 애슬레저 의류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경쟁업체들의 공장 증설이 지연되면서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가격이 크게 상승, 세계 1위 생산업체인 효성티앤씨가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SM그룹의 티케이케미칼도 스판덱스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 회사는 34.2% 증가한 2878억원의 매출과 10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스판덱스를 중심으로 화학 부문의 실적 개선이 이뤄져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38.5% 줄고, 영업손실이 157억원에 달했다.
휴비스는 매출이 23.0% 증가한 5213억원, 영업이익이 7.6% 감소한 19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원료가 하락 및 코로나19의 확산, 주요 수출국의 생산 가동률 저하로 매출액이 감소했지만, 올해는 세계 경기 회복으로 자동차 내장재/필터 용도 등의 LMF(저융점 접착 섬유) 수요 증가가 지속되어 매출이 증가했다. 반면 세계 물동량 증가로 인한 해상 운임 급등과 항만 적체가 심해지는 등 물류난이 가중되면서 영업이익은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방업체도 지난해 실적 악화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일신방직, 경방, 대한방직 등은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신장했다. 특히 일신방직은 매출이 25.5% 증가한 2767억원, 영업이익이 408.3% 증가한 275억원을 기록, 영업이익률이 10%에 달했다.
이처럼 패션섬유업체들의 올 상반기 실적이 호조를 보인 것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한 데 따른 기저 효과와 2월 이후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골프웨어와 아웃도어, 명품 위주로 판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7월 이후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는 거리두기 완화와 백신 접종 등으로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기저 효과와 함께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며 “매출 비중이 큰 가을겨울 시즌을 앞두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되고 있어 하반기에는 상반기만큼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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