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수438
다사다단했던 2022년 임인년(壬寅年)이 저물어가고 있다. 올 한해는 코로나19 완화에 따른 리오프닝,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이 국내외 패션섬유 산업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리오프닝 효과로 내수 기반의 패션업체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섬유업체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서울패션위크 등 패션 축제가 100% 대면 행사로 열리고, 아웃도어 시장이 호황을 맞은 것도 이슈였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메타패션이 주목을 받았고, ESG 경영을 선언한 업체들이 증가했으며, 비패션 라이선스 브랜드 및 수입 브랜드 도입이 증가한 것도 눈에 띄었다. 올해 패션섬유 업계 주요 이슈를 살펴봤다.
01_리오프닝 효과… 패션 대기업 최대 실적 기록

현대백화점 판교점 ‘아뜰리에 바이 마에스트로 매장’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내수 기반의 패션업체 실적이 지난해에 이어 호조를 보였다. 특히,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등 패션 대기업들의 실적 향상이 돋보였다. 이들 기업은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4월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리오프닝 영향이 컸다. 정상 출근과 사적 모임 재개, 여행 증가 등이 의류 구매로 이어진 것이다.
하반기인 3분기에는 인플레이션과 역대급 장마 등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으나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보복소비와 실수요가 계속 영향을 미치면서 호실적을 이어갔다. 최대 성수기인 4분기에도 매출이 좋을 경우 역대급 실적을 기록,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02_아웃도어 시장 고성장… 제2 전성기 맞아

‘노스페이스’
아웃도어 시장이 고성장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아웃도어 시장은 코로나19 이전까지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으나 최근 들어 화려하게 부활, 시장 규모가 6조 원대에 달하는 등 전성기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이 활기를 되찾은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지난해에는 산을 찾는 2030세대 등산 초보자가 늘고 해외여행은 물론 외출도 제한적인 상황에서 산트(산+트레이닝) 같은 새로운 여행 문화가 생겨나면서 아웃도어 제품 판매가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거리두기 해제로 야외 활동이 늘면서 아웃도어 의류 수요가 커진 데다 2030세대에서 불었던 골프 열풍이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한풀 꺾이면서 젊은 층이 등산과 캠핑으로 눈을 돌리면서 특수를 누렸다.
03_서울패션위크 등 패션 축제 오프라인 개최

‘서울패션위크’ 오프닝쇼 장식한 ‘송지오’
서울패션위크와 패션코드 등 그동안 코로나19로 온라인 또는 온오프라인에서 병행 개최되었던 국내 패션 축제가 올 하반기 이후 100% 대면 행사로 돌아왔다.
서울시가 주최한 ‘2023 S/S 서울패션위크’는 지난 10월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됐다.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3년 만에 전면 오프라인 패션쇼로 진행된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야외무대가 설치된 어울림광장과 아트홀에서는 매일 유명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이 런웨이를 수놓은 가운데 DDP 일대는 오랜만에 패션쇼를 보러 온 시민들과 패션 피플들로 붐벼 그 어느 때보다 현장 분위기가 뜨거웠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공동주관하는 아시아 최대 패션문화 마켓인 ‘2023 S/S 패션코드’ 역시 옛 도화서터에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인 ‘도화서길’에서 국내외 91개 브랜드가 참가한 가운데 지난 10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100% 대면 행사로 개최됐다.
04_비패션 브랜드 라이선스 도입 붐

‘팬암’ AW22 론칭 프레젠테이션 모습.
패션 시장에 비패션 브랜드의 라이선스 도입이 잇따랐다. F&F가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과 ‘MLB’로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더네이쳐홀딩스가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와 유사한 형태의 라이선스 브랜드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 ‘코닥어패럴’, ‘빌보드’, ‘CNN어패럴’이 최근 1~2년 사이 론칭돼 영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에스제이그룹이 ‘팬암’을, 코웰패션이 ‘FIFA’, ‘BBC Earth’, ‘아워플레이스’ 등을 선보였다.
이처럼 국내 패션 시장에서 비패션 라이선스 브랜드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소비 주축인 MZ세대의 특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자신만의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는 비패션 브랜드라도 라이선스 브랜드만이 가진 특별한 분위기와 트랜디함에 쉽게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미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우호적인 이미지가 갖춰져 있어 별도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05_디자이너 브랜드 중심 ‘편집숍 2.0 시대’ 개막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한남동에 오픈한 편집숍 ‘ZIP739’
명품이나 해외 고가 브랜드 중심으로 운영되던 패션 편집숍 분야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MZ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이들을 공략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나 자사 브랜드 등을 이들 입맛에 맞게 전략적으로 소개하는 편집숍들이 대거 등장한 것.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자사 브랜드와 함께 문화적 경험을 보다 감각적으로 선보이는 ‘영 앤드 리치(Young &Rich)’ 콘셉트의 편집숍 ‘ZIP739’를 지난 10월 한남동에 오픈했다. 한섬은 지난 10월 더현대서울에 온라인 편집숍 ‘EQL’의 첫 플래그십 매장 ‘EQL 스테이션’을 선보였다. EQL은 한섬이 운영하는 온라인 패션 편집숍이다. 이밖에 하고엘앤에프는 오프라인 브랜드 편집숍 ‘하고하우스’를 중심으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적극 선보이고 있다.
06_로우라이즈, 찢청 등 ‘Y2K 패션’ 인기

올여름 히트한 ‘Y2K’ 패션.
2000년대 감성의 콘텐츠들이 떠오르며 ‘그때 그 시절’ 감성을 되살린 소위 ‘Y2K(2000년대) 패션’이 유행했다. 세기말 세기초 사랑받던 브랜드들이 다시 떠오르는가 하면 명품 브랜드들 역시 로우라이즈 등 2000년대를 대표하는 패션을 다양하게 내놓았다. 올여름 크롭탑, 쇼츠 등의 스타일을 애슬레저룩으로 재해석한 ‘뮬라웨어’, 레트로한 Y2K 무드를 모던하고 세련되게 담아낸 ‘버커루’, ‘스파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유행한 Y2K 패션은 2000년대 콘셉트를 담아내면서도 2022년만의 감각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올여름 로우라이즈, 찢청, 크롭티 등을 통해 패션계를 점령한 Y2K 열풍은 하반기 이후 각종 사회 활동 및 모임 등이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며 미국 교복을 연상시키는 패션 스타일인 ’프레피룩’이 새로운 Y2K 트렌드로 부상했다.
07_패션과 메타버스·NFT의 융합 ‘메타패션’ 부상

지난 11월 30일 열린 메타패션 출시 행사 모습.
패션과 메타버스·NFT(대체 불가 토큰)의 융합이 가속화하면서 ‘메타패션(meta fashion)’이 주목을 받았다. 메타패션은 메타버스의 확산과 함께 그 시장규모가 커져 2030년에는 550억 달러에 달할 블루오션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들이 메타패션을 친환경 패션이자 확장현실(XR) 경험으로 보고 있어 전망이 밝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이에 따라 주요 패션업체와 정부는 올해 메타패션 육성에 적극 나섰다. 특히, 산업부는 지난 11월 30일 섬유센터에서 국내 최초 메타패션 출시 행사를 개최하고 메타패션 30벌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메타패션이 섬유패션산업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수 있도록 메타패션 제작 지원을 강화하고, 패션디자이너와 크리에이터 등의 메타패션 창작, 판매를 지원하는 ‘메타패션 플레이그라운드’ 구축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08_‘골린이’ 가고 ‘테린이’ 왔다… 테니스웨어 인기

‘휠라’ 테니스웨어.
MZ세대 사이에서 테니스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제품을 늘리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패션업체들이 크게 늘었다. 특히 휠라는 테니스웨어 컬렉션인 ‘화이트라인’의 올해 출시 물량을 지난해보다 약 290% 늘리고 올 가을 열린 ‘ATP 250 코리아오픈’과 ‘2022 서울 언더독 오픈’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는 등 테니스 명가로서의 행보를 이어갔다. F&F는 테니스 수요층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지난 7월 이탈리아의 테니스 챔피언 세르지오 타키니가 론칭한 테니스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를 인수했다. 이밖에 코웰패션은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프랑스 롤랑가로스와 레포츠(레저 스포츠) 캐주얼 의류 판매를 위한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주요 업체들이 테니스 브랜드 육성에 나섰다.
09_ESG 경영 확산… 관련 단체 역량 강화 지원

지난 11월 24일 열린 ‘섬유패션 산업의 ESG 이행을 위한 산·학·연 업무협약식’ 모습.
패션섬유 업계 전반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확대되고 관련 단체가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섰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소셜벤처 기업 KOA(케이오에이)를 인수했으며, 실제 업무에 추진력을 더해 줄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비와이엔블랙야크는 UN SDGs 협회에서 발표한 ‘2022 UN 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 1위 그룹에 2년 연속 선정됐다.
FITI시험연구원을 비롯해 섬유산업연합회, 패션산업협회, 섬유수출입협회, 의류산업학회, 섬유공학회 등 6개 기관은 지난 11월 24일 ‘섬유패션 산업의 ESG 이행을 위한 산·학·연 업무협약식’을 갖고 섬유패션 산업의 ESG 역량 강화 지원 등을 위한 공동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뜻을 모았다.
10_‘신명품’ 인기… 수입 브랜드 도입 열풍

‘아미X푸마’ 협업 컬렉션.
‘신(新)명품’ 수입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패션업체들이 관련 사업을 확대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톰브라운’, ‘아미’, ‘메종키츠네’, ‘꼼데가르송’ 등 신명품 브랜드 2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올해 매출이 30~50% 이상 증가하는 등 최근 몇 년간 실적 개선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한섬은 최근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가브리엘라 허스트’, ‘베로니카 비어드’, 스웨덴 패션 브랜드 ‘토템’과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한섬은 내년 하반기까지 해외 패션 브랜드 수를 두 배 확대해 20여 개로 늘리고 5년 내 해외패션 부문 매출 규모를 현재의 두 배가 넘는 1조원대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 등도 럭셔리 해외 패션 브랜드를 다양하게 전개하며 높은 매출을 기록, 이 부분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저작권자 ⓒ K패션뉴스(www.kfashion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