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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년간 불황의 늪에 허덕이던 패션업체가 모처럼 웃었다. 소비심리 회복과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저 효과로 올 1분기 영업실적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거래소와 코스닥에 상장된 12월 결산 법인 57개 패션섬유 업체들의 올 1분기 영업실적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부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휠라홀딩스·영원무역 자회사 효과 톡톡
패션업체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곳은 휠라코리아의 지주회사인 휠라홀딩스다. 휠라홀딩스는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9883억원, 18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5%, 173% 증가했다. 이는 자회사들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인 골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자회사 아쿠시네트의 1분기 영업이익은 1338억원으로 422.8% 증가했으며, 중국 법인 풀프로스펙츠의 매출과 당기순이익 역시 각각 69.0%, 71.1% 상승한 6472억원, 778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사업부문 매출은 6% 증가에 그쳤으나 2분기 들어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도 글로벌 패션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영원무역은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682억원, 740억원으로 전년비 7%, 46% 증가했다. 영원무역 역시 휠라홀딩스와 마찬가지로 자회사 실적 개선 영향이 컸다. 지분을 절반 넘게 보유한 스위스 프리미엄 자전거업체 스캇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자전거 수요가 폭발하면서 각각 19%, 182% 늘었기 때문이다.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의류 OEM 부문은 2분기 들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돋보인 실적을 보인 곳은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이다. 해외 명품 브랜드 ‘버버리’, ‘마이클코어스’ 등의 핸드백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명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1분기 매출이 2234억원, 영업이익이 106억원으로 각각 318%, 642% 증가했다. 한세실업도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1분기 8% 증가한 3756억원의 매출과 195% 증가한 2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대기업 패션업체 실적 반등 성공
내수 기반의 대기업 패션업체들도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 1분기 전년비 17.9% 증가한 42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1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1분기 31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실적 호조는 준명품으로 불리는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이 견인했다. 하트 로고로 유명한 ‘아미(AMI)’는 올해 1월부터 5월 둘째 주까지 매출이 전년비 358% 증가했고, ‘여우 로고’로 유명한 ‘메종키츠네’도 매출이 96%나 늘었다. 명품 수트로 유명한 ‘톰브라운’도 같은 기간 매출이 41% 증가했다. 백화점 여성 럭셔리 컨템포러리 브랜드 ‘구호’와 ‘르베이지’도 각각 25%, 20% 늘었고, 남성 정장 브랜드 ‘수트서플라이’는 37%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빈폴’과 ‘갤럭시’, ‘에잇세컨즈’ 위주에서 수입·유통 브랜드 강화와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에 대한 마케팅 강화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면서 실적도 동반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LF는 패션·식품 사업 부문의 실적 회복으로 1분기 7% 증가한 3983억원의 매출과 111.5% 증가한 27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사업 다각화와 패션 사업부의 비용 절감 노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 식품 자회사인 구르메 FB코리아 등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1분기 매출 3419억원, 영업이익 213억원으로 각각 5.7%, 78% 증가했다. 실적 호조는 해외 패션 및 수입 화장품 판매 호조 덕분이다. 해외패션부문 매출은 ‘메종 마르지엘라’, ‘알렉산더왕’, ‘셀린느’ 등이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21.4% 증가했다. 국내패션부문은 브랜드 효율화와 온라인 강화로 사업 효율성이 개선되며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자주 사업부문은 매출은 13.0% 증가한 538억원을 기록했으나 2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온라인 수요 증가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효율화 및 신규점 출점 관련 비용 부담으로 적자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한섬도 소비 심리 회복과 온라인 채널 성장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매출은 22.8% 증가한 3333억원, 영업이익은 56% 증가한 452억원을 기록했다. 한섬의 실적 호조에는 더현대서울 오픈 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월 오픈한 더현대서울에는 ‘타임’, ‘시스템’, ‘타미힐피거’ 등이 한섬 브랜드가 대거 입점해 한 달 만에 1천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자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더한섬닷컴과 H패션, EQL 등에서 고성장을 한 것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이밖에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은 17.9% 증가한 2014억원의 매출과 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화섬·면방 등 섬유업체도 선방
섬유업체도 올 1분기 대부분 호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화섬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뚜렷했다. 효성티앤씨는 매출 1조6182억원과 영업이익 246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비 각각 16.6%, 214.4% 증가한 것이다. 실적 개선은 스판덱스 수요 증가 영향이 컸다. 기능성 운동복에 주로 사용되는 스판덱스는 젊은 층 사이에서 애슬레저 의류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경쟁업체들의 공장 증설이 지연되면서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가격이 크게 상승, 세계 1위 생산업체인 효성티앤씨가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SM그룹의 티케이케미칼도 스판덱스 효과를 봤다. 이 회사는 전년비 5.1% 증가한 1268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75억원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스판덱스를 중심으로 화학 부문의 실적 개선이 이뤄져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3월부터 재가동에 들어간 스판덱스 생산 증가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에는 더욱 개선된 실적이 예상된다.
휴비스는 매출액 2,572억원, 영업이익 9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매출액은 14%, 영업이익은 55%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1분기에는 원료가 하락 및 코로나19 확산으로 판매가격이 하락되고 주요 수출국의 생산 가동률 저하가 있었지만, 올 1분기에는 주요 수출국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자동차/필터용 등의 소재 판매가 크게 증가해 매출액 상승 및 수익 증대에 기여했다. 또한 중국법인인 사천휴비스의 실적 호조도 영업이익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면방업체도 지난해 실적 악화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일신방직, 경방, 대한방직 등은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신장했다.
이처럼 주요 패션섬유업체들의 1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인 것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한 데 따른 기저 효과와 2월 이후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판매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접종 등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점차 경기가 살아나는 모습”이라며 “이는 4월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어 2분기에도 지난해 기저 효과와 맞불려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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