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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단했던 2021년 신축년(辛丑年)이 저물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년 째 지속되면서 올해 패션섬유산업은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다. 다행히 글로벌 경기 회복과 보복소비, 기저효과, 체질개선에 성공하면서 실적이 개선, 지난해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업경영의 새로운 준칙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확대되면서 패션업계 전반에 친환경 소재 사용과 사회봉사 활동이 증가했으며,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화 된 한 해였다. 올해 패션섬유 업계 주요 이슈를 살펴봤다.
코로나19 위기 극복하며 실적 개선 성공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지난 11월 24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본사 사옥에서 개최한 ‘2021년 동반성장데이’ 모습.
지난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패션업계가 올해는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됐지만 보복소비와 기저효과, 위기관리 능력이 발휘되면서 대형사 위주로 매출이 상승하고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했다.
거래소와 코스닥에 상장된 12월 결산 법인 57개 업체의 올 상반기 영업실적을 보면 매출은 43개, 영업이익은 35개 업체가 증가했다. 올 3분기에도 매출은 41개, 영업이익은 29개 업체가 증가, 코로나19에도 비교적 선전했다. 최대 성수기인 4분기에도 각종 세일과 소비심리 회복,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작년보다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패션업계 맏형 격인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경우 올해 매출 1조7500억 원, 영업이익 1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패션업계 전반에 ESG 경영 확산

‘블랙야크’ 시트 다운 플리스
패션업계 전반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확대된 한 해였다. ESG는 기업이 ‘친환경적인 활동을 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로, 최근 글로벌 산업계에서 기업경영의 새로운 준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패션업체들도 친환경 소재 사용을 확대하고, 사회봉사 활동을 강화하며, 지배구조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특히, 비와이엔블랙야크는 패션업계 최초로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 SDGs협회에서 발표한 ‘2021 UN 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 1위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UN 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SDGBI)’는 국제적인 지속가능경영 ESG 평가 지표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합종연횡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패션 플랫폼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통한 합종연횡이 활발했다. 올 상반기에만 SSG닷컴의 W컨셉 인수, 카카오의 지그재그 인수, 무신사의 스타일쉐어·29CM 인수 등 굵직한 M&A가 세 건이나 이루어졌다.
특히, 인수 대상 플랫폼이 MZ세대에 특화된 여성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여성 패션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가 브랜디에 100억 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신상마켓 등 동대문 도매 플랫폼과 명품 플랫폼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는 등 지분 투자를 통해 플랫폼 전쟁에 뛰어든 상태여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 머물렀던 패션 플랫폼이 대기업의 자금과 인프라를 등에 업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라방 이어 메타패션 부상… 디지털 전환 가속화

‘까스텔바작’이 지난달 메타버스에서 선보인 ‘XR패션쇼’.
온라인 유통망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거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접목한 패션쇼와 매장 구현에 나서는 등 패션업체들의 디지털 전환이 정보기술(IT)을 만나 가속화됐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의 장점을 더해 실시간 방송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는 기본이 됐고, 패션과 메타버스·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 토큰)의 융합이 가속화하면서 ‘메타패션(meta fashion)’이 글로벌 트렌드로 떠올랐다.
프랑스 오리진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은 지난달 골프웨어 브랜드로는 세계 최초로 실감미디어인 XR기술을 적용한 ‘XR패션쇼’를 메타버스에서 공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패션쇼에 라이브 커머스를 접목, 무대 위 제품을 네이버 라이브방송으로 즉시 만나볼 수 있는 경험까지 선사했다.
집콕, 홈트레이닝 열풍에 애슬레저 인기

이랜드리테일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애니바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집콕과 홈트레이닝 열풍이 이어지면서 애슬레저(athleisure) 시장이 급성장했다. 애슬레저는 애슬레틱(ath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패션을 말한다.
지난 2016년 1조 5000억 원 규모였던 애슬레저 시장은 지난해 3조 원을 넘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3년 간 선보인 레깅스 브랜드도 30여개에 달한다. 대표적인 애슬레저 브랜드인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젝시믹스’는 올해 1월~11월 제품 누적 판매량이 천만 개를 넘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편안하고 실용적인 애슬레저 룩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고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붐비는 골프장… 골프웨어 특수 지속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전개하는 골프웨어 ‘지포어’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 ‘지포어 서울’.
골프웨어 인기가 올해도 지속됐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해외로 나갈 수 없는 골퍼들이 국내 골프장으로 몰리고, 20~30대 젊은 층이 유입이 늘면서 작년에 이어 특수를 누렸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표한 ‘레저 백서 2021’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골프장 산업의 전체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18.3% 증가한 7조66억 원에 달했으며, 올해 골프 인구수는 2017년 대비 33% 늘어난 515만 명으로 추산됐다. 이 중 22%는 MZ세대로 최대 11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기존 브랜드 매출이 크게 늘고, 신규 브랜드 론칭이 잇따랐으며,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골프 브랜드 모시기가 매 시즌 이어졌다.
스트리트 캐주얼 오프라인 진출·글로벌 공략

무신사로 대표되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 성장해 온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이 올해 오프라인 진출에 적극 나서는 한편, 좁은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이 커지자 패션 대기업들이 이 시장 진출에 나서는가 하면 스포츠, 아웃도어 등 타 복종 브랜드들은 스트리트 풍의 유스컬처 라인을 신설해 MZ세대 공략에 나섰다.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매장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은 외형 확대와 브랜딩을 위해서다. 온라인에서는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만큼 이를 바탕으로 오프라인에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려 매출을 늘리고, 브랜딩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는 ‘아크메드라비’와 ‘널디’, ‘앤더슨벨’, ‘디스이즈네버댓’ 등을 꼽을 수 있다.
스판덱스 가격 급등에 화섬업체 반색

효성티앤씨 ‘크레오라’ 영상광고 캡쳐.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가 특수를 누리면서 효성티앤씨를 비롯한 국내 화섬업체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스판덱스는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 일반 섬유에 10~15% 가량 합성해 의류의 착용감과 강도, 신축성 등을 높여주는 특수섬유다. 스포츠 의류와 이너웨어, 등산복과 레깅스 등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스판덱스는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편안한 홈웨어·레깅스 등 스판덱스 함량이 높은 의류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작년보다 50% 가량 급등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스판덱스 시장 점유율 1위인 효성티앤씨를 비롯해 티케이케미칼, 태광산업 등 국내 화섬업체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급성장 명품 플랫폼 법정 소송 사태

국내 명품 시장이 커지면서 온라인 플랫폼 시장 선점을 위해 법정 소송이 벌어졌다. 지난 9월 명품 플랫폼 업체 캐치패션 운영사 스마일벤처스는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경쟁업체 3사를 저작권 위반·정보통신망침해, 허위광고로 형사 고발했다. 스마일벤처스는 이들 업체들이 명품 브랜드의 정식 유통사인 해외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과 정식 계약을 맺지 않은 채 상품 이미지와 정보를 무단으로 가져다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소송전이 명품 시장 확대와 명품 플랫폼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명품 쇼핑 플랫폼들은 대부분 병행수입·구매대행 중심 구조라서 가품 논란에서 100%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패션 벤처 캐피탈 새로운 생태계 조성

패션 및 유통업체가 설립한 벤처 캐피탈이 유망 중소 패션업체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했다. 무신사 파트너스는 국내 패션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무신사가 2018년 설립한 벤처 투자 캐피탈로, 지금까지 중소 브랜드 및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460억 원 규모에 달하는 50여 건의 투자를 진행했다. 현재 피투자사의 기업 가치는 1조 1620억을 넘어선다.
대명화학 산한 하고엘앤에프는 여성복 업계 신흥 투자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는 르917, 브이에이치디자인 등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기업 두 곳에 투자를 확정했다. 이번 투자 포함 총 7개 컴퍼니, 17개 브랜드를 산하에 두며,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투자 업계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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