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패션타운 패러다임이 바뀐다 60여년 만에 주 5일제 실시… 주간 영업 전환도 수면 위 부상
2022.03.02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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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낮 도매시장.

동대문패션타운 낮 도매시장 상가들이 3월부터 주 5일 영업에 들어간다. 디오트, 청평화패션몰, 테크노, DWP(동원플라자) 등 낮 도매시장 대표 상가들은 지난달 입점 상인들을 대상으로 주5일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압도적인 찬성률로 3월부터 주 5일 영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낮 도매 4개 상가 3월부터 토, 일 휴무 실시

이에 따라 디오트와 청평화는 월요일~금요일까지 밤 12시~낮 12시까지 영업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무에 들어가며, 일요일 밤 11시 50분에 개점한다. 또 테크노와 DWP는 월요일~금요일까지 밤 11시~낮 11시까지 영업하고, 일요일 밤 11시에 개점한다. 법정 공휴일의 경우 오전 6시 조기 폐점한다.

낮 도매상가 외에도 통일상가 의류상가와 스튜디오W도 주 5일제를 실시하기로 했으며, 아트프라자 등 일부 밤 도매상가들은 월 1회 마지막 주 주 5일제를 시범 실시한 후 반응이 좋으면 확대 시행하기로 하는 등 동대문패션타운 내 도매상가들의 주5일 영업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동대문 도매상가가 주 5일 영업을 실시하는 것은 6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는 일로, 정보기술(IT)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로 소매상들의 의류 구매 형태가 달라지고, 젊은 사장들의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추구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신상마켓, 링크샵스 등 B2B 패션 플랫폼의 성장과 코로나19로 동대문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면서 주말 영업의 효율성이 떨어진 것도 한 몫 했다.

실제 낮 도매상가들의 설문조사 결과 디오트는 89.7%, 청평화는 90.3%, 테크노는 93.9%의 압도적인 찬성률을 보였다. 테크노 입점 상인은 “과거에는 주말에 판매량이 많기 때문에 금요일 밤 동대문 도매시장 방문은 필수적이었지만 지금은 SNS와 패션 플랫폼으로 발달로 주말에 매장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편”이라며 “상품 발송이 주로 주중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평일에 집중해서 일하고 주말에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주5일제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동대문 도매상가 별로 처한 상황이 달라서 주 5일 영업이 전체 상가로 확산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평화시장, 신평화패션타운, 동평화패션타운 등 전통시장은 층별로 영업시간이 다르고, 24시간 영업하는 곳도 많아서 주 5일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대문 밤 도매시장.

apM, 주간영업 전환 오미크론 확산 이유 ‘보류’

주5일 영업과 함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야간영업에서 주간영업으로 전환하는 영업시간 변경이다. 영업시간 변경은 동대문에서 apM, apM럭스, apM플레이스 3개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apM그룹이 먼저 움직였다. apM그룹은 지난 1월 27일 영업시간을 2월 28일부터 오전 9시~오후 6시로 변경하고, 영업일을 월~금요일로 조정한다고 공고했다가 2월 10일 오미크론 확산으로 이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현재 오후 8시~오전 5시 영업을 하고 있는 apM이 파격적인 영업시간 변경 안을 들고 나온 것은 현재 도매상가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apM은 영업 및 영업시간 변경이유에 대해 △도매 거래선의 변경(IT 및 SNS의 발전으로 주간 거래의 당위성이 생겼음) △스태프 구인의 애로사항 △제조업종으로서 주간에 실시간 원단체크 및 생산공장과 소통할 수 있음 △삶의 질의 개선과 육아 및 교육의 문제점 해결 △중국시장 역시 주간 영업으로서 실시간 주문 가능 등을 들었다.

하지만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시행하려고 했던 영업시간 변경은 오미크론 확산이라는 표면적인 이유와 함께 물류업체와 사입 에이전시, 현 영업시간을 주장하는 일부 상인들의 반발로 잠정 연기됐다. apM이 쏘아올린 동대문패션타운의 패러다임은 영업시간 변경이라는 예민한 문제보다 주 5일 영업이라는, 현 시점에서 접근이 쉬운 사항 먼저 다른 상가로 옮겨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업시간을 주간으로 변경하는 사항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apM이 영업시간 변경을 철회하지 않고 보류라는 단어를 택한 것은 내부 조율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동대문패션타운을 대표는 apM 3개 상가에는 2천여 개가 넘는 매장이 있어 이들 상가가 주간 영업에 들어갈 경우 파급력인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시대가 변한만큼 주 5일제와 함께 영업시간 변경, 여기에 영업시간 통일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30년 넘게 동대문에서 영업을 해 온 한 상인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확대와 패션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어진 지금, 과거 지방의 소매상인들이 관광버스를 대절해 옷을 구매해 가던 시절에 굳어진 영업시간은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것”이라며 “동대문을 찾는 고객들에게 통일된 모습을 보여주고,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젊은 층을 유입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장시간 밤에 일을 해야 하는 방식으로는 두 가지 다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영업시간을 조정하고, 가능하면 통일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대문 야경.

도매상가 밤시장 낮시장 분류와 특징

동대문패션타운에는 30여개 도소매상가가 밀집되어 있다. 이중 자율성이 강한 몇몇 전통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도매상가들은 영업시간을 기준으로 밤시장 혹은 낮시장으로 분류되어 불리고 있다.

평화시장, 신평화패션타운, 동평화패션타운, 패션남평화 등 전통시장은 층별로 일부 도소매를 병행하고 있고, 영업시간 또한 다르다. 낮시장 도매상가는 청평화패션몰, 디오트, 테크노, DWP 등 4개 상가다. 밤시장 도매상가는 아트프라자, 디자이너클럽, 스튜디오W, 팀204, 엘리시움, apM, 누죤, DDP패션몰, 맥스타일, apM럭스, apM플레이스, 제일평화, 광희패션몰, 벨포스트 등 14개 상가가 해당된다.

밤시장은 밤 8시에 영업을 시작해 새벽 5시에 문을 닫는 도매상가를 가리키고, 낮시장은 밤 12시에 시작해 낮 12시에 문을 닫는 도매상가를 가리킨다. 다만 도매상가에 따라 개점 시간이나 폐점 시간이 1시간 정도 다른 경우도 있다.

그 결과 동대문패션타운에는 대체로 오후 8시부터 밤 12시까지는 밤시장만 문이 열려 있고, 새벽 5시부터 낮 12시까지는 낮시장만 영업을 하고 있다. 또한 낮 12시에서 저녁 8시까지는 거의 대부분의 도매상가가 문을 닫는 시간이고, 밤시장과 낮시장이 모두 운영이 되는 밤 12시부터 새벽 5시, 특히 밤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가 동대문패션타운이 가장 활기를 띠고 있다.

밤시장과 낮시장이라는 용어가 쓰이게 된 것은 동대문패션타운 내의 도매상가 간의 경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용어의 기원은 청평화패션몰에서 찾을 수 있다. 재고처리 전문 상가로 자리를 잡았던 청평화패션몰은 값싸고 디자인이 좋은 물건을 소싱해야 하는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이 많이 찾는 상가였다.

청평화패션몰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던 인터넷 쇼핑몰 시장에 대한 공략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2005년에 영업시간을 도매상가들의 가장 보편적인 영업시간이었던 저녁 9시~새벽 5시에서 새벽 4시~오후 3시로 변경했다. 이는 다른 도매상가와는 영업시간이 거의 겹치지 않는 획기적인 변화였다.

이로써 인터넷 쇼핑몰 업체의 직원들은 연장근무 시간이 아닌 정규근무 시간에 쇼핑을 할 수 있게 됐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청평화패션몰은 낮시장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바로 옆에 위치한 디오트가 영업시간을 밤 12시~오후 2시로 바꾸면서 고객들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자 디오트와 동일하게 영업시간을 밤 12시~오후 2시로 변경했으며, 2012년에는 다시 밤 12시~낮 12시로 영업시간을 변경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영업시간이 바뀌면서 야간 시간이 영업시간에 많이 포함되어 있지만 청평화패션몰, 디오트 등은 밤시장과의 구별을 위해 여전히 낮시장으로 불리고 있다. 2017년에는 테크노와 DWP가 낮시장에 가세했다. 다만 청평화패션몰 및 디오트와의 차별화를 위해 이 두 개의 상가보다 개점 시간과 폐점 시간을 1시간씩 앞당겨 영업시간을 밤 11시~오전 11시로 하고 있다.

밤시장과 낮시장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밤시장의 주고객은 매장에서 고객을 응대하며 옷을 파는 소규모 편집샵이나 지하상가매장, 외국인 구매대행 등이고, 낮시장의 주고객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파는 개인사업자나 업체들이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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