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패션 브랜드 라이선스 도입 붐 브랜드 난무 역효과 우려도… 특색 있는 콘텐츠로 승부해야
2022.03.29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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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 시장에 비패션 브랜드의 라이선스 도입이 잇따르고 있다. F&F가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과 ‘MLB’로 지난해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더네이쳐홀딩스가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로 성공을 거두면서 이와 유사한 형태의 라이선스 브랜드들이 크게 늘고 있다. ‘코닥어패럴’, ‘빌보드’, ‘CNN어패럴’이 최근 1~2년 사이 론칭돼 영업을 펼치고 있고, ‘팬암’, ‘FIFA’, ‘BBC Earth’, ‘아워플레이스’ 등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코웰패션, 비패션 브랜드 도입 잇달아

비패션 브랜드 라이선스 시장에서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업체는 코웰패션(대표 임종민)이다. 이 회사는 지난 24일 ‘BBC Earth’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아웃도어 시장 확장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BBC TV(BBC STUDIOS)의 자회사인 BBC Earth는 180개 이상의 국가에 송출되고 있는 야생 동물 다큐멘터리 채널이다.

코웰패션은 세계적인 인지도를 보유한 BBC Earth의 자연 친화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최근 주목받는 ‘지속가능한 가치’를 실현한다는 방침 아래 의류, 가방과 신발 등 전 제품을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초기 계약은 준비기간을 포함 6년이며, 향후 BBC의 글로벌 파트너로서 장기적 협력 관계를 정립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이번 계약은 국내 뿐 아니라 중국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다각도의 시장 조사를 통해 최초 기획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소비자의 니즈를 담아내 다양한 제품을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코웰패션은 BBC Earth 외에도 국제축구연맹(FIFA)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올 가을겨울 시즌부터 ‘FIFA’ 브랜드 로고를 사용해 애슬레저, 캐주얼, 키즈, 잡화 등 다양한 카테고리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자체 기획한 다양한 카테고리 제품을 통해 FIFA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육성할 방침이다. 2022년 FIFA 카타르 월드컵과 2023년 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개최 시기에 맞춰 대규모 마케팅도 펼친다.

코웰패션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사진 사용권한을 가진 ‘아워플레이스(Our Place The World Heritage Collection)’와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아워플레이스는 유네스코(UNESCO)의 공식 협력사로, 4만5천여 점 세계문화유산의 사진 데이터를 보유해 문서화하고 세계유산을 주제로 한 잡지를 발간하고 있다.

코웰패션은 아워플레이스가 보유한 국가별 대표 세계문화유산 콘텐츠를 활용해 친환경 의류 및 잡화, 캠핑용품 등을 내년부터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우선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웰패션은 ‘아디다스’, ‘푸마’, ‘리복’ 등 스포츠웨어와 언더웨어의 라이선스 계약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가 비패션 분야의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에 나선 것은 내수 시장과 함께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서다. 이를 위해 브랜드사업본부를 신설하고 BBC Earth, FIFA, 아워플레이스 등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종합 패션 기업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에스제이그룹, 올 하반기 ‘팬암’ 전개

캐주얼 라이선스 브랜드 ‘캉골’을 전개하고 있는 에스제이그룹(대표 이주영)은 지난해 팬 아메리칸 월드 항공(Pan American World Airways, 이하 팬암)과 한국 독점 라이선스를 체결, 올 가을겨울 시즌 ‘팬암’을 전개한다.

팬암은 1927년에 미국에서 탄생한 항공사로, 최초의 세계 일주 노선, 비즈니스 좌석 출시 등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긴 역사를 함께 해온 헤리티지 로고와 빈티지 아카이브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에스제이그룹은 풍부한 히스토리컬 콘텐츠를 바탕으로 팬암을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재창조할 예정이다. 라이선스 계약은 의류와 잡화를 포함해 넓은 범위의 카테고리군을 확보했으며, 오는 2031년까지 유효하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캉골의 모자를 수입, 판매하기 시작해 라이선스 사업으로 발전시켜 1천억 원대 캐주얼 브랜드로 육성한 경험이 있어 팬암의 라이선스 사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론칭된 비패션 라이선스 브랜드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브랜드는 ‘코닥어패럴’이다. 하이라이트브랜즈(대표 이준권)가 지난 2020년 봄 론칭한 코닥어패럴은 유니크한 컬러감과 디자인이 특징으로, ‘코닥’ 아카이브와 헤리티지를 적극 활용해 브랜드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코닥 브라우니(BROWNIE)’ 라인을 출시, 높은 판매율로 이어졌다. 코닥 브라우니 라인은 코닥의 아카이브인 ‘브라우니 카메라’ 기종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비싸고 무겁다는 카메라 개념을 바꾼 브라우니 컨셉에 맞춰 고급스러운 느낌에 가볍고 관리하기 쉬운 소재를 사용했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코닥어패럴만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 밖에 케이자켓, 아노락 등 경쟁력 있는 아이템과 간절기 우븐 아이템 구성 강화를 통해 매출 볼륨 확대에 나서 지난해 95개 매장에서 5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빌보드’ ‘CNN어패럴’ 시장 진입 순조

바바패션그룹은 미국 빌보드와 어패럴사업 부문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지난해 하반기 팝 개주얼 브랜드 ‘빌보드(billboard)’를 론칭했다. 이는 빌보드 최초의 단독 토털 패션 사업 라이선스 계약으로, 바바패션그룹은 이번 사업을 위해 별도 법인 산타노아를 설립하고 F&F, LF, 더네이쳐홀딩스 출신의 손광익 씨를 대표로 선임했다.

빌보드는 1894년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 최대 뮤직 멀티미디어 브랜드로, 국내에는 빌보드 차트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빌보드는 한국 스트리트 패션 문화와 아메리칸 캐주얼을 재해석하고, MZ세대 개성을 고려한 독창적 스타일에 실용적인 요소와 디테일을 가미해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최근 선보인 봄여름 시즌 컬렉션 컨셉은 ‘나를 즐기다’로, 누구보다 당당하게 나 자신을 즐기는 모습을 캐주얼하고 레트로한 무드로 풀어냈다. 빌보드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블랙앤오프화이트’와 빌보드스타일의 브랜드 컬러인 코발트 블루를 활용해 이색적인 팔레트 컬러들로 아이템들을 구성했다. 로케이션 영상과 스틸컷에서는 빌보드의 딱딱하고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 자유롭고 액티브한 매력을 볼 수 있다.

빌보드는 봄 신상품을 출시하면서 지난 2월 23일 신세계백화점 하남점과 24일 광주점, 25일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매장을 오픈했다. 각 매장마다 빌보드만에 컨셉으로 ‘스테이지 포토존’을 설치해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3월에도 롯데백화점 김포공항, 영등포, 평촌점이 오픈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스톤글로벌(대표 이승재)이 미국 케이블 뉴스 채널 CNN과 의류사업 부문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지난해 하반기 론칭한 ‘CNN어패럴’도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올 2월 말 현재 14개 매장을 운영 중으로, 연내 35개 매장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MZ세대를 주 타깃으로 ‘도시형 라이프 웨어’를 컨셉으로 내세워 실용적이고 편안한 아웃도어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스톤글로벌은 휠라코리아, 데상트코리아 등에서 20년간 근무한 이승재 대표가 설립했다.

MZ세대 공략 효과적… 역효과 우려도

이처럼 국내 패션 시장에서 비패션 라이선스 브랜드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소비 주축인 MZ세대의 특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자신만의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는 비패션 브랜드라도 라이선스 브랜드만이 가진 특별한 분위기와 트랜디함에 쉽게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미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우호적인 이미지가 갖춰져 있어 별도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패션 트렌드 업체 한 관계자는 “과거처럼 패션이 특정 컨셉에 얽매이는 게 의미가 없어지면서 브랜드 헤리티지에 초점을 맞추고 그 영역을 더 넓혀가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꼭 의류 브랜드가 아닌 더 다양한 상품 존을 확장하기 좋은 라이선스 브랜드를 선호하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건강, 헬스, 운동,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하기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패션이라는 것이 비슷하고 반복적이면 지루해지듯이 비패션 브랜드의 라이선스 비즈니스가 난무하는 것은 자칫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브랜드 네임 밸류보다 감성적으로 터칭할 수 있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타깃들이 그런 포인트를 알고 있어야 성공확률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제품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MZ세대 특성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콘텐츠를 보유한 브랜드가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패션 라이선스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특색 있는 콘텐츠가 고객과 감성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며 “제품 디자인으로 특색을 찾기 힘든 시장인 만큼 내게 멋지고 공감되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MZ세대들에게 브랜드의 모습을 전달 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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