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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섬유패션산업의 미래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이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은 섬유패션업계에 디지털 전환은 지속가능(친환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함께 3대 핵심 과제 중 하나다.
특히,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가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면서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디지털 전환을 준비한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가능하게 하는 것이 ‘디지털 전환’
사전적 의미로 디지털 전환이란, 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해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혁신시키는 것을 말한다. 박창규 건국대 교수는 여기에 추가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가 정의 내린 디지털 전환이란, 대용량 스토리지, 스마트 센서, 무선통신, 개인미디어 장치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클라우드, 무선통신, 로봇, 3D, SNS 등의 첨단 디지털 기술이 본격적으로 기존 산업, 경제 및 문화, 보건복지, 교육 등 뿐만 아니라 개인의 전 생활영역에까지 융합·적용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혁신을 총칭한다. 이는 3차 산업혁명 시대, 아날로그를 ‘디지털화’하는 것과는 차별화된 개념으로,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화’를 포함하면서도 추가로 엄청난 속도로 생성되는 엄청난 양의 다양한 데이터를 시작점으로 이를 활용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화와 디지털 전환은 전 세계 섬유패션 시장의 판도를 바꾸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디지털화가 패션유통에서 기획-생산-유통 등 전분야로 확산되면서 디지털 역량이 뛰어난 패션기업이 브랜드를 창출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빅데이터 등이 패션에 접목됨에 따라 의류 추천이나 공유하는 서비스, 메타버스상 가상의류 판매 등 새로운 시장들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의 스티치픽스(Stitchfix)는 AI로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온라인으로 추천, 지난해 매출액 21억 달러를 기록했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을 적극 추진, 섬유패션산업의 성장과 재도약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섬유패션산업이 그간 축적해 온 기술력에 세계적 수준의 ICT 역량과 인프라를 결합해 가치사슬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국내 생산기반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중국 등 후발국과 격차 확대 및 메타버스 등 신시장에서의 브랜드 창출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창규 교수는 “생산성과 효율성이 추구되는 산업화 사회에서 다양성과 상황에 따른 맥락, 즉 컨텍스트(context)가 강조되는 혁명적 변화가 4차 산업혁명”이라며 “이 4차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 전환”이라고 말했다.
패션테크 신시장 성장… 디지털 역량이 핵심
현재 세계 섬유패션의 디지털 동향을 보면, 패션테크(섬유패션+IT)라는 신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디지털 역량이 핵심이다. 또한 신시장 선점을 위해 민관 모두 디지털 전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시장은 IT와 섬유패션의 융합으로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가 창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온디맨드(On-Demand, 공급 중심이 아니라 수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다. 개성과 패션의 신선도를 중시하는 추세를 반영해 최신 유행을 빨리 상품화해 출시하는 패스트 패션이 시장을 지배하고,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의류 서비스인 비스포크(bespoke) 패션이 성장하고 있다.
전자섬유, 센서 등이 들어간 스마트 섬유와 의류가 상품화되고 이를 플랫폼으로 삼아 헬스케어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여기에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장이 열림에 따라 가상의류가 제작 및 거래되고 버추얼 패션쇼 등 가상세계가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기업은 자동화·지능화에 투자를 확대하고 IT업체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고, SPA, 벤더기업 등은 고객 요구를 신속 분석하고 납기 단축, 품질 향상 등이 가능한 지능형 생산관리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내 섬유패션산업의 디지털 경쟁력을 보면 온라인 플랫폼의 발달과 스마트·버추얼 패션의 기술력 보유는 강점이나 생산시스템의 자동화나 디지털화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온디맨드 시장은 약세이나 스마트, 버추얼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온디맨드는 일부 대기업이 패스트 패션에 도전했으나 브랜드나 마케팅 역량 부족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고전하고 있다. 스마트 의류의 경우 일부 아웃도어 업체가 발열 의류를 출시하고 현재 섬유센서(압력센서, 발광소자)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버추얼은 가상의류 시장이 아직은 초기 단계이나 국내 스타트업인 클로버추얼패션이 3D 가상의류 시스템을 개발하고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옴니채널 시스템 구축해 충성 고객 확보해야
기업 단위에서 보면 분야·규모별 디지털 기술의 도입과 활용에 온도차가 존재한다. 고객접점 서비스가 활성화된 패션 브랜드 업계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높은 활용도와 함께 IT 업체와 협업이 증가하고 있다. 패션이 플랫폼 사업의 마지막 남은 분야로 인식되어 대형 IT업체는 온라인 패션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기술은 IT 응용 시스템은 경쟁력이 있으나 디지털 장비 등은 열악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3D 모델링 및 디자인과 이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패션 서비스 분야는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3D 스캐너,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터(DTP), 봉제 로봇 등 첨단 장비는 기술 미확보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을 기반으로 한 유망 신시장인 패션테크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마트, 버추얼 등 패션테크는 우리의 강점 분야이고 아직 지배적 강자가 존재하지 않아 우리가 브랜드 창출 및 시장 선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창규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은 비록 공룡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개인들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추구한다. 이제 우리도 이런 세상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의 섬유패션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싸고 좋은 것을 대량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것은 우리의 성공모델을 따라하는 중국이나 중남미 국가, 기업들에게 넘겨주고, 우리는 이제 새롭게 다가오는 디지털 전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옴니채널을 전제로 한 O2O(Online to Offline)로 디지털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옴니채널은 실점포나 전자상거래(EC) 사이트 등 복수의 판매 채널을 통합해 고객에게 채널을 의식 하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 O2O을 한층 더 진화시킨 마케팅이다.
김강화 인터보그인터내셔널 대표는 “실점포를 중심으로 온라인을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 우선 O2O부터 실시하고 충분히 노하우를 축적한 뒤 O2O를 진화시켜 옴니채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은 결국 온오프라인을 통해 충성 고객을 누가 얼마나 더 많이 확보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우혁 기자

김강화 인터보그인터내셔널 대표
“D2C, 옴니채널이 디지털 전환에 좋은 기반”
김강화 인터보그인터내셔널 대표
Q. 현 시점에서 패션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왜 중요한가.
– 비즈니스 환경이 변화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전환을 제대로 못할 경우, 격변하는 시장과 환경에 대응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가 없고, 특히,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가 있다. 또한, IT 환경 수준 저하로 기업IT 시스템의 보안이 무너지거나 오히려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Q. 국내 패션업체의 디지털 전환 노력과 수준을 어떻게 보나.
– 기본적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냥 AI, 빅데이터, 3D 프린트, 파이션 등의 IT 언어 등 IT 자체에 빠져 있고, 일부는 이런 것에 대한 콤플렉스를 보이고 있어서 잘 대응을 못 하고 있다.
Q. 디지털 전환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보완하고 노력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 디지털 전환의 기반 조성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SNS를 충분히 활용을 못 하고 고객 개개인의 데이터 수집에 관심이 없는 기업은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없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D2C, 옴니채널이 디지털 전환에 좋은 기반이다. 기업들이 쉽게 접근 및 성공할 수 있도록 홍보, 노하우 제공, 시스템 지원에도 나서야 한다.
Q. 디지털 전환과 관련 패션업체에 하고 싶은 말은.
– 우선, SNS를 잘 활용하고, 검색 엔진을 이해 및 대처하면 고객 개개인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개개인의 데이터를 모으고 그 개개인과 커뮤니케이션 가능하게 하는 IT 솔루션이 마케팅 오토메이션이다. SNS, 검색을 활용해 디지털 전환의 시작을 열고,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는 IT 솔루션을 사용하면서 비즈니스를 변혁 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시도가 되지 않은 경우에 빅데이터, AI 등은 전혀 의미가 없다.

박창규 건국대학교 교수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혁신 사업모델 제안”
박창규 건국대학교 교수
Q. 현 시점에서 패션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왜 중요한가.
– 디지털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으로의 변화를 의미하는 디지털 전환은 패션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 전 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패션산업 역시 이에 대한 이해와 대응이 시급하다. 좋은 패션 제품을 잘 만들어서 파는 것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던 지난 성공방정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혁신 사업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Q. 국내 패션업체의 디지털 전환 노력과 수준을 어떻게 보나.
–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연구는 하지만 투자에 주저주저하고 있는 모습이다.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한 대항해시대 출항에는 결단과 도전이 필요하다.
Q. 디지털 전환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보완하고 노력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 섬유패션에서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지나치게 IT 기술이나 IT 업체들에게 의존하는 것 같다. IT 업체는 그들이 보유한 IT 기술을 상용화하거나 IT 솔루션을 많이 파는 것이 목적이다. 이에 반해 섬유패션산업에서의 성공모델은 결국 섬유소재나 옷을 많이 팔아야 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IT 업체가 도구를 제공해야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다. 따라서 섬유패션 업체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스스로 지향점을 찾고, IT 업체가 이를 도와줄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Q. 디지털 전환과 관련 패션업체에 하고 싶은 말은.
– 섬유패션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이미 섬유패션-IT 융합으로 정부투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연구사례들이 있다. 이제 기업이 투자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추진해야 한다. 인더스트리 4.0, 4차 산업혁명 등 많은 혁신적 변화의 흐름이 있지만 국내 섬유패션 기업들 중 이를 시도한 사례가 거의 없는 것이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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