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 1번지’ 동대문 상권에 부는 변화의 바람 이커머스 · 영업시간 변경 · 뷰티산업 육성 초점
2022.05.24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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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산업 1번지’ 동대문 상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동대문 상권은 30여개의 의류 도소매상가와 수많은 봉제공장이 밀집해 있는 국내 최대 패션산업 집적지다.

1962년 건립된 평화시장이 성공을 거둔 이후 다른 상가들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류 도매상가 지역으로 발전했고, 1990년대 후반에는 소매상가인 밀리오레와 두타몰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2000년대 들어서는 상가 공급과잉과 내수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한류 바람으로 중국 보따리 상인들이 대거 몰려와 의류 수출의 첨병 노릇을 했다. 여기에 국내에 온라인 쇼핑몰 바람이 불면서 일부 상가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도매 매장을 유치해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 배치와 중국의 한한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2020년 초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동대문패션타운은 관광객과 쇼핑객 감소에 따른 높은 공실률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 같은 위기 속에 동대문 상권에는 패션 플랫폼 업체들이 속속 등장해 이커머스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젊은 상인들이 많아지면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상가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중심으로 동대문을 뷰티산업의 허브로 만들겠다고 발표하는 등 동대문 상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동대문 밤 도매시장에서 사입삼촌이 옷이 담긴 비닐 봉투를 정리하고 있다.

신상마켓 등 동대문 기반 B2B 플랫폼 성장

동대문 상권을 기반으로 한 패션 플랫폼은 신상마켓과 브랜디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최근 골라라가 등장해 활발한 영업을 펼치고 있다.

딜리셔스가 지난 2013년 선보인 신상마켓은 도소매 사업자가 플랫폼 하나만으로 거래처 관리부터 주문과 결제, 배송까지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신상마켓은 자체적으로 이커머스가 힘들었던 도매상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거래액이 2조 원을 돌파했다.

이 회사가 2020년에 출시한 딜리버드는 도매, 소매, 고객까지 한 번에 연결해 주는 B2B2C 방식의 풀필먼트 서비스다. 소매 사업자가 고객의 주문을 받고, 신상마켓 플랫폼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사입, 검수, 재고관리, 고객 직배송까지 전체 유통과 물류 과정을 딜리버드가 대행해 준다. 이를 통해 매장 방문하는 시간과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신상마켓에 가입한 후 활발하게 거래 중인 도매 매장은 1만1천 개로 동대문 전체 도매 매장 중 80% 이상에 달한다. 활성화된 소매 매장은 12만 개이며, 재방문율은 도매 사업자 93%, 소매 사업자 90%를 기록하고 있다.

브랜디는 고객에 최적화된 버티컬 커머스 앱 개발에 집중하는 ‘앱스(Apps) 전략’으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고성장을 하고 있다. 2016년 여성쇼핑앱 브랜디 론칭 이후, 남성앱 하이버, 육아앱 마미 등 다양한 시장에서 특화 고객을 위한 버티컬 커머스 앱을 잇따라 론칭하고 매년 200% 이상 거래액 성장세를 이어왔으며, 지난해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다.

브랜디는 특히 동대문 기반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FMS(Fulfillment Management System)‘를 국내 최초로 개발,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2018년부터 도입된 이 서비스는 운영과 비용에 있어 판매자 부담이 큰 주문 수집, 상품 사입(도매상 발주-입고-적재, 보관), 상품화(상품 선발-검수-포장), CS(반품, 교환, 문의 처리 등) 등 이커머스 전 과정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판매자 진입 장벽을 낮춰 이커머스 판로 확대를 원하는 도소매 상인들이 쉽고 편리하게 이커머스 플랫폼에 진입해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골라라는 동대문 패션 도매시장을 온라인으로 국내외 도소매상에게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 공략에 주력해 지난해 1월 서비스 출시 이후 중국, 대만, 홍콩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의 바이어들과 거래를 성사시켰다. 지난해 8월에는 인공지능 B2B 비주얼 검색 서비스 앱인 MD렌즈 운영사인 와이즈패션의 사업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신상마켓과 브랜드, 골라라는 동대문 기반의 패션 플랫폼이면서 향후 글로벌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거래액에 비해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등 수익 기반이 약해 거품 논쟁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고 플랫폼을 통해 동대문 제품을 전 세계에 판매한다면 동대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패션남평화 외벽에 주 5일제 영업 실시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워라밸 영향 도매상가 주 5일제 영업 실시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과 동대문 기반의 패션 플랫폼의 등장으로 동대문 시장에도 이커머스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도매상가를 찾는 소매상인들이 줄어들자 주 5일제 영업을 도입하는 도매상가도 늘고 있다.

디오트, 청평화패션몰, 테크노 등 낮 도매시장 상가들이 지난 3월부터 주 5일제 영업을 실시한데 이어 패션남평화, 누죤패션몰, 엘리시움, apM 등 밤 도매시장 상가들도 입주 상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시간 변경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4월부터 주 5일제 영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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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디오트와 청평화는 월요일~금요일까지 밤 12시~낮 12시까지 영업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무에 들어가며, 일요일 밤 11시 50분에 개점한다. 또 테크노와 DWP는 월요일~금요일까지 밤 11시~낮 11시까지 영업하고, 일요일 밤 11시에 개점한다. 밤 도매상가는 상가별, 층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금, 토요일 휴무를 실시하고, 일요일 밤에 매장을 오픈한다.

이처럼 동대문 도매상가들이 주 5일제 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정보기술(IT)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소매상들의 의류 구매 형태가 달라지고, 젊은 사장들의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추구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패션 플랫폼의 성장과 코로나19로 동대문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면서 주말 영업의 효율성이 떨어진 것도 한 몫 했다.

실제 낮 도매상가들의 설문조사 결과 디오트는 89.7%, 청평화는 90.3%, 테크노는 93.9%의 압도적인 찬성률을 보였다. 테크노 입점 상인은 “과거에는 주말에 판매량이 많기 때문에 금요일 밤 동대문 도매시장 방문은 필수적이었지만 지금은 SNS와 패션 플랫폼으로 발달로 주말에 매장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편”이라며 “상품 발송이 주로 주중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평일에 집중해서 일하고 주말에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주5일 영업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주5일 영업과 함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야간영업에서 주간영업으로 전환하는 영업시간 변경이다. 영업시간 변경은 동대문에서 apM, apM럭스, apM플레이스 3개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apM그룹이 먼저 움직였다. apM그룹은 지난 1월 영업시간을 2월 28일부터 오전 9시~오후 6시로 변경하고, 영업일을 월~금요일로 조정한다고 공고했다가 2월 10일 오미크론 확산으로 이를 잠정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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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apM의 영업시간 변경은 오미크론 확산이라는 표면적인 이유와 함께 물류업체와 사입 에이전시, 현 영업시간을 주장하는 일부 상인들의 반발로 잠정 연기됐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30년 넘게 동대문에서 영업을 해 온 한 상인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확대와 패션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고객들의 발길이 끊어진 지금, 과거 지방의 소매상인들이 관광버스를 대절해 옷을 구매해 가던 시절에 굳어진 영업시간은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것”이라며 “동대문을 찾는 고객들에게 통일된 모습을 보여주고,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젊은 층을 유입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장시간 밤에 일을 해야 하는 방식으로는 두 가지 다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영업시간을 조정하고, 가능하면 통일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중심으로 한 동대문 전경. 서울시는 DDP를 중심으로 동대문을 뷰티산업 허브로 육성할 방침이다.

서울시, 뷰티산업 육성… 패션과 시너지 관건

동대문에 불고 있는 또 하나의 변화의 바람은 서울시의 뷰티산업 육성이다. 서울시는 지난 4월 5일 뷰티·패션·디자인 산업 기반의 감성매력도시 도약을 위한 ‘글로벌 뷰티산업 허브, 서울’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는 서울형 뷰티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오는 2026년까지 5년 간 총 2,040억 원을 투자, 뷰티·패션 예비유니콘 기업수를 현재 8개(’21년)에서 12개(’25년)로 늘리고, 세계 100대 뷰티·패션 기업을 4개(’21년)에서 6개(’25년)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뷰티산업 허브, 서울’ 기본계획은 오세훈 시장이 시정 마스터플랜 ‘서울비전 2030’에서 제시한 4가지 미래상 중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선도도시’의 핵심 전략이다. 뷰티산업의 범위를 화장품, 이‧미용 등 전통적인 뷰티산업은 물론 패션, 디자인, 뷰티테크 분야까지 확장하고 K-팝, K-드라마 등 K-콘텐츠와 관광 등을 융합해 한국의 미(美) 자체를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종합적인 전략을 구체화했다.

우선, 패션산업 1번지로 성장한 동대문과 DDP 일대를 뷰티 관련 콘텐츠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뷰티‧패션산업 핵심거점’으로 업그레이드한다. 연내 ‘뷰티패션융합 특정개발진흥지구’ 지정도 추진한다. 건축규제 완화, 자금융자,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를 통해 투자가 몰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뷰티상권이 발달한 홍대‧가로수길 등은 ‘6대 트렌드 거점’으로 활성화한다.

뷰티‧패션산업 생태계 조성과 유망 중소기업 육성에도 나선다. 내년부터 1,000억 원 이상 규모의 ‘뷰티산업 전용펀드’를 조성해 자본력은 약하지만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 초기 창업기업, 청년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매년 10개 이상 스타트업을 발굴해 대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도 추진한다. 우리 기업들이 신흥 뷰티시장인 동남아 지역에 집중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온라인몰 입점, 인허가 등록, 물류대행 등을 종합 지원한다.

또한, 올해부터 매년 10월 전 세계 바이어와 뷰티 인플루언서 등이 서울로 모이는 대규모 뷰티 박람회인 ‘서울뷰티위크’를 개최한다. 특히, ‘서울뷰티위크’가 열리는 10월 한 달 동안 도시 전체에 축제 분위기가 가득하도록 서울패션위크, DDP서울라이트, 서울디자인위크, 서울뮤직페스티벌 등과 연계해 이른바 ‘서울뷰티먼스(Seoul Beauty Month)를 개최해 서울의 대표축제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패션산업 1번지 동대문을 글로벌 뷰티산업의 허브로 육성한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상권 활성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동대문패션타운을 구성하고 있는 상인과 관련 단체들의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이번 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수 십 년간 상권을 지켜온 상인들과 먼저 머리를 맞대고 패션산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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