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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호랑이의 해인 2022년 임인년(壬寅年)도 벌써 반년이 지났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전면 해제되는 등 길었던 어둠의 터널이 끝을 보이고 있지만, 동대문패션타운은 아직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패션 업체들이 올 상반기 코로나19 이전 수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는 등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근본적인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올 상반기 동대문패션타운을 둘러싼 주요 이슈들을 살펴봤다.

공실률 역대 최고… 발상의 대전환 필요
“신규계약시 6개월간 임대료 면제”, “상가 임대료 6개월간 10~20% 인하”. “임대료 대폭 인하, 입점 문의”. 동대문패션타운 도매상가 앞에 걸린 현수막과 포스터 글귀들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을 돕기 위해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면제하거나 인하해 준다는 것들이 대부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상가의 공실률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에 의하면 동대문 상권 내 25,000여 점포 중 현재 공실은 10,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실률이 무려 40%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고치로,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생한 2020년 1월 이후 지난 2년 간 지속적으로 증가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인기 도매상가는 빈 매장이 없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대기 업체들도 많았다”며 “지금은 빈 매장이 없는 상가가 없고, 그 수도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실률이 높다는 것은 매출 감소와 공급 과잉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시기 동대문 상인들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전체 매출의 30~40%를 차지하던 외국인 고객이 사라졌고, 거리두기로 동대문패션타운의 주요 고객인 가두상권 보세매장들이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잘 나가던 시절 우후죽순 생긴 상가들로 인해 생긴 공급 과잉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장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 집합건물법과 관광진흥법의 개정과 함께 상가들의 발상 전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양홍섭 혜양엘리시움 대표는 “점포 공실로 시름을 앓고 있는 상가들이 현재의 입점 방식을 고수한다면 어려움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플랫폼 경제에 발맞춰 상가의 기능을 재설정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대전환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최대 이슈는 주5일 영업 실시
동대문패션타운의 올 상반기 최대 이슈는 주5일 영업 실시다. 낮 도매상가인 디오트, 청평화패션몰, 테크노, DWP(동원플라자) 등은 입점 상인들의 찬반투표를 거쳐 지난 3월부터 주5일 영업에 들어갔다.
따라서 디오트와 청평화는 월요일~금요일까지 밤 12시~낮 12시까지 영업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무에 들어가며, 일요일 밤 11시 50분에 개점한다. 또 테크노와 DWP는 월요일~금요일까지 밤 11시~낮 11시까지 영업하고, 일요일 밤 11시에 개점한다. 법정 공휴일의 경우 오전 6시 조기 폐점한다.
패션남평화, 누죤, 엘리시움, apM, DDP패션몰 등 밤 도매상가들도 시범운영을 거쳐 4월부터 주5일 영업에 들어갔다. 밤 도매상가는 상가별, 층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금, 토요일 휴무를 실시하고, 일요일 밤에 매장을 오픈한다. 반면 평화시장, 신평화패션타운, 동평화패션타운 등 전통시장은 층별로 영업시간이 다르고, 24시간 영업하는 곳도 많아서 아직 주5일 영업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동대문 도매상가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보기술(IT)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로 소매상들의 의류 구매 형태가 달라지고, 젊은 사장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추구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상마켓, 링크샵스 등 B2B 패션 플랫폼의 성장과 코로나19로 동대문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면서 주말 영업의 효율성이 떨어진 것도 한 몫 했다.
주5일 영업은 상인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주5일 영업에 찬성한 상인은 “과거에는 주말에 판매량이 많았기 때문에 금요일 밤 동대문 도매시장 방문은 필수였지만 지금은 SNS와 패션 플랫폼으로 발달로 주말에 매장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편”이라며 “상품 발송이 주로 주중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평일에 집중해서 일하고 주말에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주5일 영업에 반대한 상인은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주5일 영업에 반대했다”며 “두 세 달이 지난 결과 종전과 매출에 큰 차이가 없고 직원들이 좋아해 지금은 만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DDP 일대 ‘뷰티‧패션산업 핵심거점’ 육성
정책적인 면에서는 서울시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일대를 뷰티 관련 콘텐츠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뷰티‧패션산업 핵심거점’으로 육성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패션테크 클러스터 조성 후보지로 동대문을 포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뷰티·패션·디자인 산업 기반의 감성매력도시 도약을 위한 ‘글로벌 뷰티산업 허브, 서울’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는 서울형 뷰티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오는 2026년까지 5년 간 총 2,040억 원을 투자, 뷰티·패션 예비유니콘 기업수를 현재 8개(’21년)에서 12개(’25년)로 늘리고, 세계 100대 뷰티·패션 기업을 4개(’21년)에서 6개(’25년)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뷰티산업 허브, 서울’ 기본계획은 오세훈 시장이 시정 마스터플랜 ‘서울비전 2030’에서 제시한 4가지 미래상 중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선도도시’의 핵심 전략이다. 뷰티산업의 범위를 화장품, 이‧미용 등 전통적인 뷰티산업은 물론 패션, 디자인, 뷰티테크 분야까지 확장하고 K-팝, K-드라마 등 K-콘텐츠와 관광 등을 융합해 한국의 미(美) 자체를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종합적인 전략을 구체화했다.
우선, 패션산업 1번지로 성장한 동대문과 DDP 일대를 뷰티 관련 콘텐츠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뷰티‧패션산업 핵심거점’으로 업그레이드한다. 연내 ‘뷰티패션융합 특정개발진흥지구’ 지정도 추진한다. 건축규제 완화, 자금융자,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를 통해 투자가 몰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뷰티상권이 발달한 홍대‧가로수길 등은 ‘6대 트렌드 거점’으로 활성화한다.
뷰티‧패션산업 생태계 조성과 유망 중소기업 육성에도 나선다. 내년부터 1,000억 원 이상 규모의 ‘뷰티산업 전용펀드’를 조성해 자본력은 약하지만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 초기 창업기업, 청년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매년 10개 이상 스타트업을 발굴해 대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도 추진한다. 우리 기업들이 신흥 뷰티시장인 동남아 지역에 집중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온라인몰 입점, 인허가 등록, 물류대행 등을 종합 지원한다.
또한, 올해부터 매년 10월 전 세계 바이어와 뷰티 인플루언서 등이 서울로 모이는 대규모 뷰티 박람회인 ‘서울뷰티위크’를 개최한다. 특히, ‘서울뷰티위크’가 열리는 10월 한 달 동안 도시 전체에 축제 분위기가 가득하도록 서울패션위크, DDP서울라이트, 서울디자인위크, 서울뮤직페스티벌 등과 연계해 이른바 ‘서울뷰티먼스(Seoul Beauty Month)를 개최, 서울의 대표축제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정책의 일환으로 서울시는 지난달 뷰티산업 특화 전문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서울 뷰티 비즈니스 아카데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서울 뷰티 비즈니스 아카데미는 오는 7월 18일부터 동대문 서울패션허브 배움뜰(DDP패션몰)에서 5개월 간 4개의 교육과정을 통해 각 25명씩, 모두 100명의 인재를 육성한다.
시는 서울형 뷰티산업 성장을 이끌 유망기업 50곳을 선발해 다양한 마케팅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서울 뷰티 파이터’라는 서바이벌 형식을 통해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곳에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식이다. 최종 선발된 3개 기업에는 기업당 약 2500만원의 마케팅 지원 혜택이 주어진다. 라이브커머스 촬영, 유명 인플루언서 공동구매, 모델협업 매거진 촬영, 해외판로개척 지원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서울시의 뷰티산업 육성은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패션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여론을 무시한 채 상권 내 인프라도 빈약한 뷰티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패션도 뷰티산업의 하나로 일단 상권이 발전하고 사람들이 몰려야하는 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다.

패션테크 클러스터 조성 유력 후보지 거론
뷰티산업 육성과 함께 메타패션을 비롯한 패션테크의 중심지로 동대문패션타운이 거론돼 주목을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30일, DDP에서 메타패션 제작 발표회를 갖고, 오는 11월 30벌의 메타패션(디지털패션)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타패션은 패션테크의 일종으로 현실에서는 옷감의 재질, 색감 등 제약으로 실제 구현이 힘든 패션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이미지나 동영상으로 제작한 것을 말한다. 메타패션은 메타버스의 확산과 함께 그 시장규모가 커져 2030년에는 55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며, MZ세대들이 메타패션을 친환경 패션이자 XR(확장현실) 경험으로 보고 있어 전망이 밝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날 제작 발표회에 이어 산업부는 세계적 수준의 패션테크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기획단 출범식을 개최했다. 패션테크는 패션이 디지털 기술을 만나 전통적 패션을 넘어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내고 있는 영역으로 디지털 패션, 스마트 의류, 개인 맞춤형 패션 등을 포함하고 있다.
산업부 주영준 산업정책실장은 “패션테크는 섬유패션의 미래라고 불리고 있으며 시장규모도 2030년경 천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우리가 이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패션, IT, 문화 등 여러 요소를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혁신형 클러스터를 민간 주도의 투자와 정부의 규제완화 지원 형태로 조성해 나가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패션테크 클러스터 조성안이 9월경 수립되면 이를 토대로 지자체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고, 연내 대상 지자체를 선정한 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클러스터 구축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대상 지역은 현재 서울 동대문,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 부산 센텀시티, 대구 서문시장 등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동대문은 산업부가 서울시와 함께 지난 2019년 동대문 패션시장 발전 방안을 발표하면서 △개인 맞춤형 의류 新산업 창출 및 선도 △동대문 생태계의 디지털화·프리미엄화 △문화·관광이 어우러진 동대문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 조성 등 3가지 추진 전략과 함께 5가지 정책 과제를 마련한 적이 있어 유력한 패션테크 클러스터 대상 지역으로 검토되고 있다. 지난 2월 발표한 ‘섬유패션의 디지털 전환 전략’에서도 메타패션 클러스터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도도 동대문을 대상으로 했다.

박우혁 기자(hyouk@k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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